[2009년 2월 뉴스레터]

배꼽은 흔적이고 여기에는 열 달의 숨은 아기가 있다. 연결되어 있었던 탯줄의 끝에 간직된 사연은 이렇다. 수정된 난자가 이제 두 개의 세포로 분열되면 그중 하나는 태아의 몸이 되고 다른 하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태반으로 발전한다. 어미의 몸 안에 다른 하나의 개체가 생겨 열 달 동안 모체의 모든 부분을 공유해가려면 처음 순간부터 엄청난 일이 일어나야 한다. 먼저 자궁벽이 수정란 착상에 최적한 조건을 이루도록 변화되어야 한다. 또 모체의 조직이 새로 생긴 개체의 다른 조직을 배척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체의 면역 시스템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야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을 때 착상이 불가능하다. 이것을 위해 태반은 먼저 각종 호르몬을 즉각 분비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수정 후 6일째부터 태반조직은 자궁벽을 침투하여 스무 개 정도의 태반 뿌리를 박는다.

이 비밀은 분재처럼 침투 된 뿌리 조직의 특성에 있다. 이 조직은 핵이 많은 하나의 세포로 보면 되는데 이것의 총면적은 9.3 평방 미터라고 한다. 주위에는 모체의 피가 풀(pool) 을 형성해 있기 때문에 태아의 피가 탯줄을 통해 이 뿌리로 흩어지면 엷은 막을 경계로 신기한 일이 이루어진다.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은 흡수되고 탄산가스와 배설물은 모체의 피로 스며나간다. 태아의 피는 모체의 피로부터 엷은 막을 경계로 분리되어 있어서 직접 혼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귀한 항체가 모체로부터 운반된다. 임신 말기쯤에 태아로 운반된 항체로 말미암아 신생아는 처음 3개월 동안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다. 바이러스는 막을 길이 없지만, 매독과 결핵을 제외한 대부분의 세균은 태아로 전염되지 못한다. 그리하여 풍진 같은 바이러스 감염은 유산이나 청각장애, 뇌장애, 선천성 심장병 및 선천성 각막증을 초래한다. 또 막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알코올, 니코틴 및 각종 약물이다. 이것은 자기의 잘못을 회개한 나에게 일시적인 것으로 중단하면 후손을 보호 할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을 가르치는 듯하다. 태아가 아기집 속에서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아도 열 달 동안 자랄 수 있다는 것은 진화론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때로는 태반이 아기집 입구에 있을 때 출혈의 문제를 초래하거나 자궁근육 속으로 너무 깊이 박혀 아기 분만 후 쉽게 배출이 되지 않을 때는 산모나 의사에게 골칫거리가 된다. 아기의 분만 후 굵은 혈관들이 즉각 잠가져 출혈을 기묘하게 막는 기전은 놀랍다. 이렇게 한 생명의 시작에 필수 불가결한 장기인 태반과 탯줄이 아기만 분만되면 가족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취급되고 만다. 귀한 생명을 주고는 쓰레기 통에 던져지면 그냥 망각 속으로 사라져 철저한 희생의, ‘고운 모양도 없고 흠모할 아름다울 것이 없는 그분’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신기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탯줄에서 채취해 저장해 놓은 피안에 있는 (성체) 줄기세포로 말미암아 죽을병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이것도 역시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사망의 질병에서 나를 해방해 주시는 내가 사랑하는 그분을 또 연상케 한다.

  • 최인식 (창조과학선교회 1대 회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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