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뉴스레터]

“사람이 땅 위에 번성하기 시작할 때에 그들에게서 딸들이 나니,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나의 영이 영원히 사람과 함께 하지 아니하리니 이는 그들이 육신이 됨이라. 그러나 그들의 날은 백이십 년이 되리라 하시니라”. 당시에 땅에는 네피림이 있었고 그 후에도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 그들은 용사라 고대에 명성이 있는 사람들이었더라”. (창 6:1-4)

위의 성경 구절은 홍수 심판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네피림’이라고 하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네피림은 누구를 의미하는가’ 하는 질문은 노아 홍수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인도할 때 자주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 번 정리하는 것에 의미가 있 을 것이다.

네피림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네피림이란 어원은 ‘떨어지다(fall)’란 뜻을 지닌 기본 동사인 ‘naphal’(to fall, 떨어지다)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단어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번역본에서 원어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그리스어 번역인 70인역(LXX)은 ‘장부'(丈夫)란 뜻의 ‘기간테스’로 번역했고, 영어 성경인 KJV도 70인역을따라 ‘거인’이란 뜻의 ‘giant’로 번역했다. 실제로 네피림은 등치 큰 사람과 연관된 듯하다. 이런 신체적 특성뿐 아니라 성격을 추측하기도 하는데 훼방꾼, 무법자, 난폭꾼, 가해자 등의 속성을 가진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종합하면, 네피림을 ‘거대한 신체를 지닌 폭꾼’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네피림에 대한 해석은 ‘하나님의 아들들’에 대한 해석과 맞물려 있다. 이는 같은 문단 안에 들어있기도 하고, 네피림 이후에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에게로 들어와 자식을 낳았으니’란 구절이 같은 문장 안에 실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래 표는 창세기 6장1-4절에 대한 대표적 네 가지 해석이다(Hodge Boddie, Who were the Nephilim? Answers in Depth, vol. 3, 2008, pp.53-63).  

위의 표에서 하나님의 아들을 ‘타락한 천사’ 또는 ‘타락한 천사에 잡힌 사람’로 해석한 경우 구약 성경의 다른 곳에서 천사를 지칭할 때 ‘하나님의 아들들’이라고 표현한 것에 근거를 둔 해석이다(욥 1:6, 2:1, 38:7). 그러나 사람과 천사가 사람과 자식을 낳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셋의 후손’으로 보는 해석은 창세기 5장의 족보는 단지 노아의 직계 조상에 대한 기록이지 아담의 모든 후손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점이 있다. 즉 창세기 5장의족보는 아담-셋-에노스-게난-마할랄렐-야렛-에녹-므두셀라-라멕-노아에 이르기까지 홍수 심판에서 구원 받은 노아의 직계 조상만 언급한 것이다. 이 족보에 나온 인물들에게 형제들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이들 모두를 적은 것이 아니다. 이는 셋의 경우를 통해서 확인된다. 창세기 5장 4절에 “아담은 셋을 낳은 후에 팔백 년을 지내며 자녀들을 낳았으며”라고 기록된 것으로 보아 셋에게 여러 형제 자매들이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아들들’을 단지 셋의 직계 후손으로만 국한시킨다는 점에서 이 해석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의 ‘타락한 사람들’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 해석은 창조-타락-홍수라는 일련의 성경 역사의 맥락에서도 큰 문제가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 계셨던 예수님께서 죄악이 가득 찼던 홍수 심판 직전의 모습을 묘사하는 말씀은 우리에게 훌륭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노아의 때에 된 것과 같이 인자의 때에도 그러하리라.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장가 들고 시집 가더니 홍수가 나서 그들을 다 멸망시켰으며”(눅 17:25, 26).

즉 당시에 사람들이 하나님과 상관 없이 살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장가 들고 시집가더니’의 말씀 속에서 의인이었던 ‘하나님의 아들들’이 거짓 신들을 섬기는 ‘사람의 딸들’을 취하는 모습을 그려지게 한다. 결국 의인이 점점 사라지며 노아의 가족 8명을 제외 하고 하나님께 “은혜”를 입을 만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창 6:8).

네피림이란 단어는 출애굽 이후 광야 시대인 민수기 13장 33절에서 한 번 더 등장한다. “그(갈렙)와 함께 올라갔던 사람들은 이르되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 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 하고,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그 정탐한 땅을 악평하여 이르되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민 13:30- 33).

즉 가나안 땅을 탐지하고 돌아온 정탐꾼들이 그 땅 거민들이 장대하고 난폭한 자들이라는 것을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민수기에 나온 네피림을 보며 홍수 심판 때에 네피림이 살아남은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하지만, 이는 홍수 때 노아 가족 8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었다는 창세기 기록뿐 아니라 성경의 전체 맥락과도 조화롭지 못하다. 즉 여기서의 네피림은 큰 몸을 가진 난폭한 자들의 대명사 격으로 당시 거민들을 묘사했음을 알 수 있다.

네피림과 하나님의 아들들에 대한 해석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네피림이란 단어 자체의 정의 조차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이 궁금증이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데 크게 문제되는 부분도 아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이 세상을 창조하신 일이 나, 아담이 인류의 유일한 첫 조상인 것이나, 홍수가 전지구적인 격변이었던 것 등과 비교 할 수 없이 작은 궁금증이다. 이것 역시 창조, 인류의 타락, 홍수 심판, 혼돈,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영원하신 심판과 성취라는 성경의 큰 틀 속에서 발생한 역사이며, 노아 시대를 이해하는데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 이재만 회장 (지질학, 과학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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