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2005년 12월 뉴스레터]
귀는 약 4십만 가지의 다른 소리를 뇌에 저축하고 분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중고 시절 국어 교과서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을 기억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여러 가지 중에 오랜 세월이 지난 후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은 기차의 기적소리다. 특히 6.25 사변 후 경부선 철로길 옆에서 몇년 살았던 어린 시절의 귀한 추억으로 지금도 밤의 정적을 깨뜨리는 이웃 타운을 지나가는 디젤 기관차의 기적소리는 순간이나마 반세기 전의 옛날을 문득 회상케 한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연회장에서 ‘야! 어디서 듣던 못소리구나’라는 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친우를 반긴다. 전화로 들려오는 딸아이의 목소리로 딸아이의 심정을 즉각 추측한다. 새나 짐승의 소리로 짐승의 상태를 파악한다. 갓난 아이의 우는 소리가 젖먹이는 엄마에게는 절대 명령으로 들린다. 많은 아이들이 소란하게 떠들고 놀아도 한 아이의 울음이 그 아이의 엄마를 뛰쳐 나가게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귀를 신묘하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외이, 중이, 그리고 내이로 구분하는 귀의 외이는 음파를 레이더 접시처럼 귀바퀴에서 우선 받아 들여서 외이도를 통해 고막까지 전달한다. 외이도의 특수한 구조로 소리의 증폭이 생긴다. 고막을 덮고 있는 귀에지는 일반적으로 누구에나 귀찮은 것으로 여기지만 고막을 보호하고 작은 곤충이 들어가 사는 것을 방지한다. 고막에 전달된 소리로 인한 진동의 압력이 중이내의 세 개의 청소골로 전달된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아늑한 소리나 속삭이는 연인의 부드러운 소리가 고막을 치는 힘이 미력하드라도 추골, 침골, 등골 세 개의 작은 뼈들의 교묘한 구조적인 연결로 말미암아 소리 파장이 지렛대와 피스톤의 원리로 증폭이 되어 내이에 있는 신경으로 전달 된다. 마지막 청소골인 등골은 고막의 15분의 1밖에 안 되는 내이의 전정창에 연결되어 증폭된 기계적인 힘이 내이에 있는 점액의 수압으로 변하여 달팽이관에 있는 예민한 신경에 전달 된다. 귀바퀴에 도달한 음파가 외이와 중이를 거치는 동안 거의 100배의 증폭, 다시 말해서 20 데시벨의 증폭을 하게 되어 내이에 도달한다. 내이는 점액으로 차 있다. 전정계와 고실계 및 달팽이관으로 되어 있다. 달팽이관은 2.75번 꼬여 있고 길이는 3.2cm이다. 전달된 음파가 점액을 통해 기저막 위를 흐르는 동안 각 모세포마다 5개 내지 100개의 섬모가 붙어 있는 35,000개의 내 모세포와 20,000개의 외 모세포를 자극하여 기계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어 음파의 강도와 진동과 특색이 결국 청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 된다. 3.2cm의 길이가 1500가지의 음정을 따로 구분하기 때문에 0.002cm의 길이 마다 다른 음정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이 아직까지도 머리를 긁고 있는 상태이다. 이 부분은 지극히 작으면서도 지극히 예민한 신경으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인체에서 가장 견고하다는 측두골 속에 잘 감추어져 있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청 파장의 한계를 말한다면 20Hz에서 20,000Hz이다. 사실 들을 수 있는 파장의 한계는 아주 좁다. 가청 파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귀를 만드신 자의 면밀한 계획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감당 할 수 있는 파장소리의 역학적 강도의 범위 즉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최저의 강도 0에서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의 강도가 10조까지 되니 0에서 130 데시벨의 차이로서 그 범위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좁은 가청파장 내에서 강도의 차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아주 세미한 소리에서 귀가 아플 정도의 소리도 다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청소골의 유연성의 결핍으로 신기하게도 듣지 말아야 할 소음은 또 듣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것은 신묘하다.

즉 우리 몸에서 나는 숨소리, 심장박동 소리, 근육과 인대의 마찰소리, 소화기관의 각종 소리 등은 우리가 듣지 못하게 되어있다. 청소골은 근육으로 부축이 되어 있어 강한 소리가 있을 때는 추골을 긴장 시키거나 등골을 내이의 전정창으로부터 떼어 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연한 고막은 외부와 중이의 압력의 차이에 따라 긴장도가 변하고 이에 따라 청소골의 역할에 영향을 미친다. 고공을 비행 할 때나 착륙할 때에 청력에 장애가 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착륙 할 때에 중이와 비강을 연결하고 있는 튜브 즉 유스타키안 관을 코를 막고 힘을 주면 열려서 압력 평형으로 청각회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귀의 어느 한 부분이 단순한 것으로부터 복잡한 것으로 오랜 세월을 거친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 인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좋다고 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보다 몇 천 몇 만 배로 정교한 음정의 건반인 달팽이관의 기능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 최인식 (창조과학선교회 1대 회장,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