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05년 2월 뉴스레터]
수년 전 우크라이나 키에브에 있었던 선교사 대회에 담임목사님을 따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동 구라파는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장에 마중 나오신 선교사님의 자동차를 타고 대회장으로 가는 동안 낯 선 얼굴들과 건물들에 눈을 익히며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나의 마음을 친밀감으로 채워 준 것이 몇가지 있었던 것이 생생하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회장 건물 주위를 빽빽이 둘러싼 소나무였다. 그리고 또 길가나 숙소 뒤에 무성한, 어디를 가나 비슷한 낯익은 잡초들이었다. 옛날 한국에서 가까이하던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이것들 못지않게 더 친근감을 주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미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지만 숙소가 있는 건물의 끝에 화장실 및 간이 샤워장이 있었는데 그 앞 어느 한적한 공간에 떠있는 파리들이었다. 이 파리들은 보통 파리들과 달라서 공중의 한곳에 가만히 떠있는 것을 즐기는 것들이다. 어릴 때 만이 보았던 참으로 친근감이 드는 곤충들이었다.
파리는 세계에 십 만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중에는 해충으로 취급되는 것들이 있고 또 냄새나는 곳을 잘 찾는 경향이 있어서 모든 곤충들 중에서도 구박의 대상이다. 나비나 하물며 번데기까지도 사진 작가의 모델이 되는 등 여러모로 애호를 받는데 파리는 천덕꾸러기이다. 그러나 파리도 다른 모든 생물들 같이 창조주 예수 그리스도의 솜씨로 6일 창조주간에 만들어 진 것이다. 단지 혹 병균을 옮기는 등의 해를 끼치는 사실들은 아담의 타락으로 인한 저주 때문에 생긴 후유증이다.
파리의 비행기술은 항공기 설계가들의 호기심과 연구의 대상이라고 한다. 이들이 가만히 떠 있거나 회전하거나 급격히 감속하거나 공중회전 하거나 심지어 천장에 거꾸로 앉는 등등은 대단한 묘기다. 곤충 중, 정상적인 기체동역학에 의하여 날개 크기와 몸무게와 나는 속도를 계산하면 뒝벌(bumble bee)은 날 수 가 없다. 공중에 벌새처럼 가만히 떠있는 파리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날개 움직임과 특수한 물리적 원리를 이용함이 틀림없다. 소용돌이형성(Vortex production), 지연실속(Delayed stall), 회전순환 (Rotational circulation), 항적포획(Wake capture) 등의 특수 기체동역학 효과를 이용하는 것을 요즘 한창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파리의 비행기술을 본 딴 엄지손가락 끝 크기의 미소비행기를 제작하려는 노력이 각종 연구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을 화재가 난 건물 수색, 적진 잠입, 정찰 및 정보수집, 무너진 건물 및 탄광 내부 수색 등의 민간 및 군사용 목적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곤충은 대부분 날개가 두 쌍인데 파리는 한 쌍뿐이고 파리 몸 양 옆에 조그만 옆구리손잡이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연구에 의하면 파리의 비행술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파리가 상하좌우 종횡무진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거나 각종 조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희한한 기능이 바로 이 특수장치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한다. 수놈이 암놈을 따라갈 때 암놈의 방향전환에 대한 수놈의 반응이 0.03초라고 한다. 그것은 파리의 눈과 이 비행장치와 날개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버클리대학의 마이클 디킨슨은 파리의 눈에 접수된 이미지(예를 들면 파리채)가 날개를 조정하는 근육들을 직접 자극하는 것이 아니고 먼저 옆구리손잡이를 조정하는 근육을 자극한 후 날개로 전달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 옆구리손잡이를 자르거나 묶어 놓으면 파리는 날지 못하고 곧장 땅으로 곤두박질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몸에 붙어 있는 곳에 400개의 신경 세포군이 있다.
진화론자들은 한때 이 옆구리손잡이를 퇴화기관 즉, 두 쌍의 날개 중 한 쌍이 퇴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이제 그 복잡한 기능이 밝혀지자 한 쌍의 뒷날개가 이것으로 진화된 것으로 얘기를 돌리고 있다. 파리가 생존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위해서는 언제나 바로 지금 파리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해부생리학적인 기능이 하나라도 결여 되어서는 안된다. 이 모든 것이 하나씩 점차적으로 진화되어 오늘의 파리가 될 수 가 없는 것은 이론적으로 분명하다. 파리는 창조 첫날부터 파리든지 아니든지 둘중의 하나지 둘 다이거나 아니면 앞으로 수 백만년 후에 점차로 오늘날의 파리가 될 그 무엇이었다고 한다는 것은 환상적인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