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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말 영화 “노아(Noah)”가 미국 전역에 개봉되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필자는 이 영화에 대하여 평을 해달라고 하는 메일을 몇 차례 받았다. 그러기에 거의 의무적으로 영화를 관람하였다. 개봉되기 전부터 미국의 각 창조과학 단체에서 이에 대한 혹평이 나왔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지만, 기대하지 않고 보았어도 실망뿐이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이 영화는 노아와 세 아들, 라멕, 므두셀라, 두발가인 등 성경의 인물을 등장시켰을 뿐이지 전체 내용에서 성경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내용이다.
먼저 대표적인 미국 창조과학 단체인 AiG에서 요약한 성경과 대조되는 부분을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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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언급된 것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영화는 성경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노아는 냉혈한 성격으로 묘사되며 가족들에게도 존경을 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방주 안(!)에서 셈의 아내가 임신한 것을 알자 진노하며 자신의 가족이 인류의 마지막이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데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는 데에 격분한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가족도 모두 죽일 것이며 막내인 야벳(성경에서는 함이 막내)이 마지막 사람이다”라고 하며, 결국 태어난 손녀를 자기 손으로 죽이려고까지 한다. 이런 이유로 셈은 아버지 노아를 죽이려는 시도
를 한다. 방주에서 나온 후에도 두 손녀를 죽이려고 하다가 마음을 바꿔 갑자기 (하나님이 아니라 자신이) 자식들에게 “생육하라, 충만하라”고 축복한다.
창세기 4장에 가인의 후손 중에 쇠로 여러 기구를 만들었던 두발가인이 영화에서는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방주에 노아 몰래 승선하기도 한다. 또한 두발가인은 아들인 함과 함께 노아를 죽이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오히려 노아보다 두발가인이 중요한 대사를 더 많이 한다. 예를 들면 두발가인 이 함에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고 동물을 다스리도록 창조되었다”고 말을 한다.

방주 안에서 노아는 가족들에게 하나님이 창조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으로 진행된다. 장면을 보면 빅뱅으로 시작해서 단순한 해양생물에서 각종 고등동물로 변하는 진화과정으로 진행된다. 전형적인 유신론적 진화론(!)이다.
또한 노아의 며느리 중에 셈의 아내만 방주에 탑승하고 야벳과 함의 아내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성경 내용을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영화가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데, 방주 안에서 셈의 아내가 딸 쌍둥이를 낳는다. 영화 안에서는 이들이 야벳과 함의 아내가 되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의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대부분 어두컴컴한 상태에서 우울하게 진행되며 재미만 따지더라도 끝까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하다. 그러므로 성경과 상관없이 그냥 즐기라고 추천하기도 민망한 영화다.
지금까지 헐리웃에서 성경 인물을 주제로 제작되었을 때 내용이 성경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대부분 큰 수익을 올렸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성경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실제로 개봉되기 전에는 교회들도 매번 기대를 해왔다. 이번에도 많은 교회에서 단체로 관람했다고 한다. 성경을 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은 크리스천들에게 실망만 안겨주었다. 이번 영화 노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성경은 사실을 전하기 위해 적은 것이지만, 헐리웃은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각 나라에 많은 홍수전설들이 남아있다. 이들은 홍수심판이 실제로 있었고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노아의 후손이 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러나 모든 전설들은 많은 부분에서 왜곡되고 변질되었다. 그 전설들은 왜 왜곡되었을까? 처음 목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심판을 경험했던 노아나 셈, 야벳, 함은 손주나 자식들에게 전달할 때는 ‘사실’을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대가 지나며 그 사실보다는 흥미위주로 변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두들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번 영화를 보며 그런상황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리고 사실만이 적힌 성경을 남겨놓을 수 밖에 없으셨던 하나님의 마음이 전달되었다. 우리에게 기대할 수 없으셨기 때문에…
성경을 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헐리웃에게 하지 말자. 성경을 제대로 보도록 맡긴 유일한 곳 바로 교회가 맡아야 한다. 이번 영화에서 다시 한 번 교회의 역할을 확인하길 기대한다. 영화 노아는 “성경 속의 노아”가 아니라 “헐리웃 속의 노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