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중인 핀치?
[2013년 10월 뉴스레터]

가장 권위 있는 과학지로 알려진 Nature 2009년 11월 16일 온라인판에 “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들어내 주고 있는 다윈의 핀치”라는 뉴스가 났었다. 이 기사의 소제목은 “갈라파고스에서 신종 핀치가 계속 출현했을 것”이라고 되어 있다. 2006 년에는 가뭄으로 핀치새의 부리가 짧아진 것이 진화의 증거라는 뉴스도 있었다. 과연 이것들이 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프린스턴 대학교의 부부 교수인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Peter and Rosemary Grant)는 진화생물학자들인데 거의 40년 동안 갈라파고스 제도의 작은 섬인 다프네(Daphne Major)에서 핀치새들을 관찰하고 있다. 이 조그마한 섬은 “종의 기원”을 집필했던 다윈(Charles Darwin)이 핀치새를 관찰하고 변이와 자연선택에 대한 주요 소재를 수집했던 바로 그 섬이기도 하다. 그랜트 부부도 이 섬에서 그 새들을 관찰한 결과들을 여러 차례 발표하였다.
1981년 그랜트 부부는 수컷 핀치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프네 섬에 사는 중간 크기의 부리를 가진 핀치(G. fortes)처럼 보였지만 다른 핀치에 비해 17%쯤 더 무거웠다. 유전자 분석을 해 보니 이웃 섬인 산타크루즈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였다. 그랜트 부부는 이 새에 번호를 달아 놓고 7세대 28년 동안 관찰을 하였다고 한다.
이 수컷 핀치는 다프네 섬의 핀치와 교배하여 새끼들을 낳았는데 그 자손 중에 많은 새는 기존에 다프네 섬에 살고 있었던 다른 핀치들과 부리 모양과 노랫소리가 유별나게 달랐다. 4대 후에 이 섬에 극심한 가뭄이 와서 이 새들이 다 죽고 암수 한 마리씩 두 마리만 남게 되었다. 그런데 이들이 교배해서 태어난 새끼들은 더 이 상 같은 섬에 살고 있던 다른 핀치들과는 교배하지 않는 고립 된 그룹이 되었다고 보고하였다(PNAS, 106(48), 20141-20148, 2009). 과학자들은 생식적으로 격리 된 그룹이 생길 때 그 집단을 새로운 종(species)이라고 부른다.
그랜트 부부는 이 전에도 잘 알려진 과학지 사이언스(Science 313. 224-226, 2006)에 핀치새를 관찰한 논문을 기고하였다. 이 논문은 Nature 지에서 “진화의 순간이 포착되었다”는 제목으로 기사화 되었다(2006년 7월 13일 온라인판).
다프네 섬에는 부리가 중간인 핀치새(G. fortes)들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부리가 조금 더 큰 것들은 가시가 있는 트리뷸리스(학명, Tribulus cistoides) 씨를 까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1982년, 이 섬에 부리가 훨씬 더 큰 다른 종의 핀치새(G. magnirostris) 가 날아와 커다란 집단을 형성했다. 이 부리가 큰 핀치들은 중간 부리 핀치들보다 트리뷸리스 씨를 훨씬 더 쉽게 까먹는다.
한동안 이 두 집단은 평화롭게 살았는데 2003년과 2004년에 심한 가뭄이 들었다. 먹이가 급격하게 줄어들자 두 집단의 새 숫자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때 중간 부리 핀치(G. fortes)들 중에서는 부리가 더 작은 핀치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G. fortes들 중에 부리가 큰 핀치들은, 트리뷸리스 씨를 까먹을 때는 부리가 더 큰 G. magnirostris와 경쟁에서 밀리고, 작은 씨들을 먹을 때는 부리가 더 작은 동 종 핀치들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2004년과 2005년에는 핀치새들의 부리가 더 작아지는 쪽으로 변화되었다고 보고 하였다.
진화론자들은 비슷한 종(species)이 한 가지의 자원을 놓고 경쟁하다가 다른 특징이 강조되어 다른 종으로 분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형질 대치(character displacement)’ 라고 부른다. 그들은 그랜트 부부가 관찰한 것이 바로 그 진화의 현상이므로 당장 교과서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실제로 지금 생물 교과서에는 가뭄 같은 환경 변화로 핀치의 부리가 길어지기도 하고 짧아지기도 한다는 그 내용이 실려 있는데 이것을 진화의 증거로 가르치고 있다.
그랜트 부부가 관찰한 것들이 진화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새로운 핀치 종 (species)이 생긴 것은 유전정보가 늘어난 변화-소진화(micro- evolution)가 아니라 변이(variation)이다. 만약 이 극적인 보고서가 사실이었다면, 즉 불과 4 세대 만에 생식적으로 격리 된 그룹이 형성되었다면, 이 사실은 종 분화에 수백만 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화론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4350여 년 전의 노아 홍수에 이은 빙하시대 이후에 한 종류(kind)에서 생식적으로 격리 된 여러 종(specie)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생겨났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창조과학자들의 주장과 일치하는 것이다. 또 만약 가뭄과 먹이 변화로 핀치새의 부리가 짧아진 변화가 사실이었다면, 이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부리가 짧은 쪽의 변이 품종이 많아진 자연선택일 뿐 진화와는 상관이 없다. 진화는 유전정보가 늘어나야 되는 과정인데 자연선택으로 핀치의 유전 정보가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최우성 박사 (생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