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재료로 지어진 들짐승과 새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들짐승과 새의 창조 장면이다. 동물의 창조는 앞선 창세기 1장의 다섯째와 여섯째 날에 이미 등장하는데, 거기에서는 ‘종류대로’란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즉 창세기 1장은 생물들이 서로 교배할 수 있는 묶음의 한계로 창조 되었다는 ‘종류’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본문에서는 특별히 동물들을 구성하는 재료가 등장한다. 바로 ‘흙’이다. 흙은 앞서 사람을 지으실 때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창 2:7)에서 사용된 동일한 재료이다. 흙은 단지 동물과 사람뿐 아니라 식물의 재료이기도 하다. 이는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와 같이 식물의 재료도 땅에서 취하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사람, 동물, 식물 모두 그 재료는 모두 땅에서 취해진 것이다. 물질 세계의 기본적 원소가 동일하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다루었다(창세기 2장과 창조3 참고). 이런 동일한 재료는 하나님께서 사람의 먹거리로 채소와 과일을(창 1:29), 짐승과 새의 먹거리로 푸른 풀을(창 1:30)을 주셨으며, 아울러 식물의 양분도 땅에서 얻도록 하는 하나님의 물질 순환에 대한 놀라운 계획을 보여준다.

아담의 이름 지음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동물들을 이끌어 가셨다. 이는 자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아담이 어떻게 이들의 이름을 짓는지 확인해 보고자 하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말씀으로 창조하셨다. 창조하실 때마다 “이르시되(said)”라고 하셨으며 창세기 1장에만 11번 등장한다. 히브리서는 이에 대하여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11:3)라고 기록 했으며, 요한복음은 “이 말씀이 곧 하나님”이라고 했다(1:1).
하나님 뿐 아니라 사람 역시 말을 한다. 사람이 구사하는 말은 다른 어떤 동물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특한 능력이다. 사람은 돋보이는 문법과 단어의 배열순서 등의 특별한 규칙을 무리 없이 구사한다. 이러한 언어의 구사 능력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중요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의 이름을 직접 짓기도 하신다. 낮, 밤, 하늘, 땅, 바다는 하나님께서 ‘부르시며(call)’라고 하시며 직접 지은 이름이다. 아래가 바로 창세기 1장에 하나님께서 이름을 지으시는 구절이다.

–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창 1:5)

–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창 1:8)

–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부르시니(창 1:10)

하나님께서 아담이 어떻게 이름을 짓는지 보시기 위해 동물들을 이끌어 오시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창조 과정 가운데서 피조물의 이름을 지으시던 일을 자신의 형상인 아담에게 맡기고 계신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담이 동물의 이름을 짓는 일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명령에 대한 복종의 일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담이 말을 하며 사물의 이름을 짓는 모습은 아담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과 동시에 청지기적 삶의 이행이라고할 수 있다.

제대로 이름을 짓는 아담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아담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 아담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
아담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새와 짐승들의 이름을 지었으며 그것이 각 생물의 이름이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아담이 자신의 목적대로 창조 되었다는 것을 확인된 것이다. 어떤 비평가들은 어떻게 아담이 그 모든 동물과 새들의 이름을 지었을까 의심하기도 한다. 물론 아담의 이름 짓는 과정은 단지 하루만이 아니라 계속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는 홍수 이후, 더 나아가 빙하시대를 아직 겪지 않은 추위와 더위가 일어나기 이전의 좋은 상태였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즉 극단적 기후에 의한 격리와 자연선택이 발생하기 이전이라는 것과 창세기 1장의 종류가 서로 교배할 수 있는 생식적 격리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새와 들짐승은 3,000 종류가 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제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 동물들을 이끌어 오셨다는 것과 타락 이전의 아담의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들의 이름을 짓는 데는 수 시간이면 충분하다.사람은 이름도 짓는데 참으로 부지런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이름 지으며,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을 미리 짓기도 한다. 우리가 말을 할 뿐 아니라 이름을 짓는 행위는 어떤 피조물과도 구분되는 모습이며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훌륭한 증거이다.

이재만 회장 / 지질학, 과학교육학,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