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지의 계승자

앞서 ‘우생학을 성 혁명으로 이끈’ 해블로 엘리스(Havelock Ellis, 1859~1939, 영국)와 ‘현대 성 혁명의 아버지’ 알프레드 킨지(Alfred Kinsey 1894~1956, 미국)를 다루었다. 이번에는 킨지의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워델 포머로이 (Wardell Pomeroy 1913~2001, 미국)를 다루어 본다. 킨지가 미국에서 성 혁명을 이끌었다면 포머로이는 그의 사고를 받아들여 보편화시키려 했던 사람이다. 물론 킨지에 가려 명성을 그리 높이지는 않았지만 그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포머로이는 1954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생활 연구소(Institute for the Advanced Study of Human Sexuality)의 학장과 캘리포니아 의과대학과 노스리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부교수를 역임했다.

포머로이는 킨지가 인디애나 주립병원에서 심리학자로 일할 때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킨지는 교도소에서 범죄자들과 상담도 함께 할 때였는데, 앞서 다룬 것처럼 그는 소아성애자들을 포함한 성범죄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사라지게 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포머로이는 이런 모습을 킨지의 가까이에서 보았다.

포머로이는 나중에 당시 킨지를 통해서 누구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던 것들을 그에게 말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고 회상했다. 킨지가 능숙하고 집요하게 질문을 할 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솔직하게 대답을 하였으며, 킨지가 하던 인터뷰를 자신이 스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했다. 포머로이는 결국 킨지의 방식을 받아들이자, 킨지의 삶의 목적이었던 간통, 간음, 동성애, 가피학증(sadomasochism 물리적, 정신적 학대를 통하여 성적 만족을 느끼는 성행위), 동물과 성행위(bestiality), 소아성애(pedophilia) 등 비정상적인 성행위로 간주되던 것들이 정상적이므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알리는 계승자가 되었다.

포머로이는 킨지가 자신을 심문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약 8,000명의 사람들과 그들 성의 선호도와 관행에 대하여 약 18,000번의 인터뷰를 했다. 포머로이는 결혼한 상태에서 킨지와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 엘리스나 킨지와 마찬가지로 포머로이 역시 성적으로 문란했으며 변태적인 성관계를 가졌다.

그는 킨지와 성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남성의 성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Female, 1948)와 <여성의 성행위>(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1953)에서 공동 저자로 집필하였다. 이 두 책은 자위, 동성애, 외도, 혼전 성관계, 성범죄 등의 금기시되는 주제들을 노골적으로 다루며 성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책이 되었다. 그는 1956년 킨지가 죽은 이후 킨지의 성 연구소에 7년간 더 남아 있었다.

포머로이는 킨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급진적으로 혼전 관계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는데, 그가 쓴 두 권의 책 <소년과 성>(Boys and Sex 1981)과 <소녀와 성>(Girls and Sex 1981)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나타냈다:

“사춘기 이전의 소년 소녀들이 성적으로 노는 것은 자라서 성생활을 만족스럽게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혼전 성관계는 결혼 생활을 위한 훈련장으로써 확실한 가치가 있다. 청소년기에 성관계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큰 도움이 됨을 알게 될 것이다… 마치 차를 구매하기 전에 시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

“소녀들이 성에 대하여 따뜻하고 개방적이며 그 반응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배우면 인생에 대하여 사회적으로나 성적으로 조절 능력이 훨씬 높아진다는 점을 이해한다. 그들은 남자의 성적인 파트너가 되는 법을 배운다.”

“십 대 섹스는 일종의 학습 경험에 틀림없다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했다”

“청소년과의 섹스, 이는 흥미롭고,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나중에 성적으로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두 권의 책은 앞서 킨지와 함께 쓴 <남성의 성행위>와 <여성의 성행위> 타락한 성 행위에 이번에는 청소년에게 한 발 더 확대시킨 것이다. 이 두 책은 기존 청소년 성에 대한 개념과 너무 동떨어졌기에 20세기 미국 100권의 금지 서적에 자주 선정되는 책이다.

한 잡지 인터뷰에서 ‘십 대 딸에게 성, 사랑, 결혼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 줄 것인지’ 질문을 받았을 때, 포머로이는 “섹스는 재미있고 원치 않으면 임신이나 성병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섹스를 즐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사랑하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대답을 제안했다.

이와 같은 성에 대한 개방적 자세가 미국의 곳곳에서 대두되기 시작하며 미국 중고등학교에 성교육 프로그램인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미 죄를 본성으로 판단한 상태의 교육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성행위로 이어졌다. 오늘날 미국의 성교육은 혼전 관계가 위험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혼전 관계를 갖는지 가르치는 상황이 되었다.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성적 자제력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기를 부여했다.

이러한 성교육은 미국 고등학교 안에서 분명한 결과를 나타냈다. 1985년 십 대 임신은 1962년 보다 400% 증가했으며, 출산은 69%가 증가했다. 1990년 15세 혼전 성 활동은 1962년에 비해 10배가 증가했다. 1992년 남자 고등학생 중에 2/3가 성관계를 가졌으며, 18살이 되었을 때 평균 5명의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 이런 청소년의 성적 타락은 단지 그 자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혼자 낙태나 동성애 등으로 이어졌다.

포머로이는 앞선 엘리스나 킨지와 달리 교회를 다녔거나 떠났다는 종교적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이런 소년 시절의 기록과 상관없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의 자세는 하나님과 성경에 대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진화론적 생물학 교과서를 썼던 킨지의 사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을 보아도 그의 진화론에 대한 신뢰는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킨지와 마찬가지로 포머로이 역시 성에 대하여 ‘솔직함’을 강조한다. 그러나 솔직한 것이 죄를 대신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우리가 과연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비판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포머로이도 역시 앞의 엘리스나 킨지와 같이 현대 성 개방에 일조한 지성인으로 대우받는다. 그러나 어떤 배경을 통해서 지성인으로 취급되는 것과 아닌 것과 상관없이 진리인 성경을 떠나서는 결코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우리는 진리를 거슬려 아무것도   없고 진리를 위할 뿐이니(고후 13:8)

속지 말라악한 동무들은 선한 행실을 더럽히나니(고전 15:33)

*워델 포머로이 인물사진 출처: https://en.geneasta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