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창세기 홍수(Genesis Flood, 1961) 공동 저자인 존 휘트컴(John Whitcomb, 1924~2020, 미국) 박사가 소천하셨다. 향년 95세.


1961년 존 휘트컴과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 박사에 의해 공동 집필된 <창세 기 홍수: 성경 기록과 과학적 의미> (Genesis Flood: The Biblical Record and Its Scientific Implications)는 창조과학의 고전이 되어 현대 창조론 운동의 기초를 세우는 기념비적인 책이다. 저자인 두 분은 이 책을 통해 창세기 홍수의 과학적, 성경적 증거와 함께 수십억년을 말하는 진화론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비판하였고, 당시 베스트셀러가 되어 현대 창조과학 사역의 시발점을 이루게 된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당시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던 창조과학 사역이 구심점을 갖게 되었고, 1963년 창조연구회(Creation Research Society)에 이어 1970년 창조연구소(InstituteforCreation Research)가 출범하기 까지 이른다. 아울러 교회가 창세기부터 성경 전체를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휘트컴 박사는 1924년 워싱턴 D.C.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여 역사 지질학과 고생물학을 공부했으며 학위는 역사학으로 받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영접했으며, 이때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1948년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후 그레이스 신학교(Grace Theological Seminary, 인디애나주)에서 신학을 공부하며 중국으로 갈 계획을 세웠으나 선교의 길이 막히며, 1951~1990년까지 약 40년 동안 그레이스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된다. 이때 젊은 지구 창조론과 함께 구약과 히브리어를 가르쳤다. 그는 신학교에서 은퇴한 후 1992년 Grace BrethrenChurch International을 설립하며 성경을 변증해왔다.


휘트컴 박사가 자신의 삶에서 기독교 변증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전기는 1953년 ASA(American ScientificAffiliation)에서 ‘현대 창조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 모리스(Henry M. Morris, 1918~2006) 박사와 만났을 때이다. 당시 루지 애나 대학 공대 교수였던 모리스 박사가 ASA에서 ‘홍수지질학과 창세기 1장의 하루’에 대한 발표를 하였는데 이때 발표 내용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으며 서로가 창세기에 기록된 엿새 동안의 창조와 전 지구적 홍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에 미국 대부분의 신학교는 이미 자유주의 신학을 받아들였기에 6일 창조와 전 지구적 홍수는 신학계 안에서 거센 반박에 부딪히는 상황이었다. 이때 그는 모리스 박사와 함께 진화론적 방사능 연대측 정과 지층의 형성등의 기존 이론을 반박하는 격변적 모델을 통해 성경을 변증 할 책을 출판하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창세기 홍수>이다.


휘트컴 박사는 변증학뿐 아니라 평생 스페인 세계 복음 선교부 등 해외선교 에도 크게 관여했다. 그는 연대기 성경 역사 차트를 개발하였는데 이는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는 성서변증으로 국제적 명성이 있었음에도 많은 사람에게 늘 겸손하고 온화하며 접근하기 쉽고 남을 잘 돌보는 사람으로 알려 졌다. 필자가 1995년 신학교에 다녔을 때 휘트컴 박사의 제자인 두 분의 신약학 교수님이 계셨다. 두 분 모두 그를 변증에 뛰어나며 겸손하신 ‘모두에게 존경받던 선생’으로 표현하셨던 기억이 난다.


AIG 대표인 켄 헴(Ken Ham)은 휘트컴 박사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분이라고 하며 “내가 만난 가장 위대한 신학자였으며 믿음의 거장이었다. 사람들이 과거 를 돌아보며 마틴 루터, 존 캘빈, 존 웨슬리, 조지 휫필드 등과 같은 위대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휘트컴 박사에 대하여도 언급할 것이다”라고 하며 휘트컴 박사의 신학적 업적을 높였다. 아울러 켄 헴은 “그에게 영향을 받은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을 성경으로 돌아오게 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남아있는 우리의 역할도 강조했다. ICR의 부회장이며 헨리 모리스 박사의 장남인 헨리 모리스 3세는 “우리가 이 땅에서 휘트컴 박사 를 그리워하더라도 지금 그분이 주님과 함께 하심을 기뻐합니다”라고 하며 그 의 소천을 아쉬워했다.


휘트컴 박사는 2007년 AIG에서 “<창세기 홍수>의 역사와 충격”이란 제목으로 강연하였는데, 여기서 그는 1990년부터 일어나기 시작한 지적 설계 운동과 점진적 창조론의 위험성에 대하여 잘 지적 하였다. ‘지적설계운동’ 은 어떤 지적인 존재가 우주 만물을 설계하였지만 성경의 창조자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는 자세의 움직임이다. 또한 ‘점진적 창조론’은 하나님께서 수십억 년 동안 진화의 순서대로 창조와 멸종을 반복하였다는 타협 이론이다. 그는 이 두 이론이 동일하게 “진화도 반대하고 성경도 반대하는 독특한 이론”이라고 하며 교회에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되는 자세임을 피력했다. 즉 지적 설계 운동은 ‘성경을 말하지 않는 창조’이며 점진적 창조론은 ‘성경이 말하지 않는 창조’인데 이 두 이론이 얼마나 허술하고 위험한지 중요 한 지적을 한 것이다. 성경을 사랑하는 위대한 선배 변증학자가 오늘날 교회에 남긴 통찰력 있고 간절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주님께서 신앙의 거목들을 데려가실 때면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성경을 맡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주님께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