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뉴스레터]

창조론 자와 진화론자의 토론 대결이 있을 때, 진화론자들이 컨텐츠 (contents)와 설득력에서 밀릴 때마다 흔히 내세우는 것 중의 하나가 “진화론자들의 논문은 과학 학술지에 계속 게재되고 있지만 창조론에 관한 논문은 전무하다. 그러니 창조과학은 종교단체나 아마츄어들 사이에서나 이슈가 되는 것이고 전문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는 사이비 이론에 불과하다”라는 주장이다. 제 3자가 그 말을 듣게 되면 “진화론은 전문 과학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검증된 이론이지만 창조론은 그 내용의 오류들 때문에 검증과 정에서 거부 (reject) 된 것이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왜 창조론 논문은 기존의 일반적인 과학 저널에 실리지 못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 바른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증과학 (operational science) 과 유사과학 (pseudo science)에 대한 확실한 구분이 필요하다. 실증과학은 자연계에서 관찰 가능하고 실험실 등에서 재현할 수 있는 과학을 말한다. 하지만, 진화론은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즉, 진화론은 자연계에서 관찰 가능하지도 않고 실험실에서 검증 가능 하지도 못하다. 그래서 진화론은 실증과학이 아닌 유사과학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창조과학도 동일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진화론이 일반대중에게는 실증과학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는 진화론에 근거하여 해석된 논문들이 과학저널에 계속해서 실리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현재 과학의 패러다임 (사고의 틀)이 오직 진화론/자연주의 (naturalism)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똑 같은 수준의 실증과학의 연구를 했다 치더라도 그것을 창조론적이나 지적설계론적으로 해석을 해서는 현 과학저널의 리뷰과정을 통과할 수 없다는게 문제이다. 예를 들어 어느 창조과학자가 유전자에 관한 높은 수준의 연구를 통하여 새로운 기전을 발견했다고 치자. 그 연구에 근거 하여 논문을 작성했는데 마지막 해석/결론 부분에 “그러한 신묘막측한 구조와 기능이 우연히 저절로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초월자의 창조나 지적설계로 여겨진다”라는 해석이 첨부되었다면 과연 그 논문의 리뷰 과정에 어떤 일이 발생할까?

여기서 잠깐 현시대의 과학의 헌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진화론자들의 저서에서도 천명되었듯이 과학의 제1헌법 (누구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제1법칙)은 “오로지 물질적(materialistic)/자연 적(naturalistic) 원인에 의해 이 우주가 어떠한 법칙으로 생성되어 움직이는 지를 어느 정도까지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다. 즉 모든 것이 반드시 자연주의적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과학논문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과학자들의 게임의 룰에 의하면 “초자연적인 초월자나 지적설계” 같은 내용은 언급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 내용들은 종교나 철학에서 다룰 내용이지 과학에서는 절대로 수용 불가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과학교육 지침서 첫 페이지에 과학의 정의가 “과학은 우주와 생명에 관한 자연주의적(naturalistic) 연구와 해석”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수년 전 캔사스 주의 교육위원회에 서 이 과학의 정의를 좀 더 포괄적으로 “과학은 우주와 생명에 관한 논리적(logical) 연구와 해석”이라고 수정하였다가 진화론 과학자들의 반발과 위협으로 다시 원래대로 복구된 적이 있다. 진화론자들에게 왜 그 “자연주의적”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중요했을까? 그 이유는 만일 “논리적 해석”이라는 정의를 수용하게 되면, 지적설계 등의 해석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리기 때문에 반드시 자연주의적(=진화론적) 해석이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즉, 어떤 현상도 결과도 반드시 자연주의적으로만 해석되어야지 그 외에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중세 카톨릭 교회가 고수하던 그 무서운 편협성의 오류를 지금은 진화론 패러다임의 과학계가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 다시 창조과학자의 그 수준 높은 유전자 연구논문 얘기로 돌아가 보자. 그 논문의 심사위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그 논문의 실증 가능한 부분은 훌륭한 연구이고 출판 가능하다. 하지만 그 해석 부분은 수용 불가다. 왜 저자는 과학논문에서 종교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가? 종교적 내용은 과학저널에 절대 수용 불가다. 그 해석 부분을 빼든지, 자연주의적 해석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논문게재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정이 되지 않으면 그 논문은 출판되지 못하고 사장되어 버린다. 그 해석 부분을 빼 버리면 그 논문은 게재가 가능하나 어떠한 해석도 하지 않았으므로 창조론 논문도 아니요 진화론 논문도 아닌 일반 논문으로 여겨지게 된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기존의 일반적 과학저널에 창조론 논문이 없을 수밖에 없다. 창조론 과학자가 창조나 지적설계의 배경 신념으로 연구하고 해석했지만 결국은 일반논문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창조론자가 실력이 모자라거나 그 내용에 오류가 있어서 창조론 연구논문이 없는 것이 아니라 현 과학계의 “rule of the game” 때문이다. 진화론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토론 대결에서 논리적으로 열세에 몰릴 때마다 그러한 유치한 무기와 주장을 되풀이 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소명은 무엇일까? 교회와 학부모들은 위의 캔사스 주에서와 같은 “과학의 포괄적 정의”가 현 교육계에서 수용될 수 있도록 시민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지역 교회가 먼저 진리인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가르치는 것이다. 이 과정 없이는 어떤 시민 운동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 세상의 마지막 희망의 터다. “터가 무너지면 의인이 무엇을 할꼬” (시편 11:3).

  • 김무현 박사 (해양토목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