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뉴스레터]

1987년 1월 1일 자 학술지(Nature 325 : 31-6.)에 지금까지의 진화론 연구의 경향을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논문이 게재되었다. 세계 곳곳의 여성 147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여 이들의 염기 서열(nucleotide sequence)의 변이를 추적하여 계통도를 만들어 본 결과 버클리대학(U. C. Berkeley)의 생화학과 교수인 윌슨(Allan C. Wilson) 박사 등 저자들은, 현생인류의 공통 조상이 지금으로부터 20만 년 전에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지방에 살았던 한 여성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20만 년이라는 숫자는 백만 년이면 2~4% 정도의 미토콘드리아 DNA 변이가 있을 것이라는 동일과정설적 가정하에 계산된 수치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안에 있는 DNA처럼 양쪽 부모의 DNA가 서로 합쳐진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에 걸쳐 여성을 통해서만 승계되고 유지된다. 그들은 현인류의 모든 여성들은 한 여자로부터 유래된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하였다.

진화론자들은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 가상의 최초의 여인을 성경 속의 최초의 여인과 동일하게 “하와 (Eve)”라고 명명하였다. 그런 이유로 이 연구 결과는 기독교계로부터도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 연구의 결과로 진화론자들이 성경의 내용을 인정하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의 해석에 의하면 동일하게 진화의 과정을 걷고 있던 다른 인류의 조상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 멸종되거나 자손을 하나도 남기지 못했지만 오직 그 최초의 여인만이 운 좋게도 지구상의 모든 여인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으로 궁색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이 연구 이후 “그렇다면 과연 그 최초의 여인이 존재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에 촛점이 맞추어져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2010년 6월)에 Rice 대학의 연구팀은 “그 시기가 20만 년 전인 것 같다”고 Theoretical Population Biology에 재차 발표하였다.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대중들은 앞의 윌슨 박사가 주장한 연대가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재차 확인된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진화론자들이 첨단과학이라고 주장하는 분자시계(molecular clock, DNA 변화를 시간으로 환산하는 기법이다)가 사실은 기존의 진화론 이론에 근거하여 모델링 된 것이고, 여러 진화론적 가정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계수들의 보정 (calibration)조차도 진화론의 시간대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침팬지와 사람이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연대를 5백-7백 만년 정도라고 가정한 후에 침팬지와 사람의 염기 서열의 차이에 근거하여 돌연변이 속도(rate of mutation)를 추정하고, 그것에 기준하여 샘플의 연대를 추정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순환논리(circular reasoning)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돌연변이 속도가 외부의 영향이나 집단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근거 없는 가정도 포함되어 있다. 윌슨 박사의 연구발표 이후 심지어 진화론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기간이 10만~20만 년 보다 훨씬 짧아질 수 있으며 분자시계에 의한 추정이 상당히 임의적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예를 들어 유명 학술지인 Science(1998)에 진화론자 기본스 박사는 “돌연변이 속도가 기존의 방법대로 보정된 것보다 더 빠를 것이라 추정되며 아무도 안 믿겠지만 심지어 6000년 전까지도 가능할 수 있다”라고 하였다. 한 편, 2008년 창조론 과학자 카터등은 이전의 연구보다 훨씬 많은 800개 이상의 샘플들을 조사하여, 현재 지구상 모든 여성들과 최초의 여인간의 미토콘드리아 DNA(염기 총수 16,569) 평균 염기 차이가 진화론자들의 기대보다 훨씬 적은 평균 21.6 개에 불과하다고 발표하였다. 미토콘드리아 DNA의 돌연변이 속도가 핵 안에 있는 DNA보다 빠르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차이가 적다는 보고는 진화론 과학자들을 상당히 당혹케 하겠지만, 성경이 말하고 있는 인류의 연대와는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 진화론은 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으나 그것이 오히려 진화론의 핵심 기반들을 무너뜨리고 있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지속적인 돌연변이에 의해서 진화가 일어난다는 신다윈주의의 핵심 기반조차 최근에는 진화론 자체 진영으로부터 부인되고 있다.

진화론의 치명적인 문제점인 중간화석의 부재 때문이다. 그래서 단속평형이론(punctuated equilibrium theory)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지속적인 진화를 주장하는 신다윈주의의 주류는 치명적 갈등 관계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 인류에 대한 연구들은 진화/창조론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같은 연구 대상물을 상대로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연구하더라도 결국은 그 연구자의 배경 신념과 전제에 의해 모델링이 다르게 되고 전혀 다른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인들은 첨단 기술을 동원한 진화론 과학자들의 무신론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주장에도 겁을 먹거나 주눅들 필요가 없다. 창조나 진화는 실험실에서 검증/재현할 수 있는 범위 밖의 문제이며 오직 배경 신념에 의해 추정되고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러한 잘못된 해석들을 견제하고 바로 잡아 줄 창조과학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활용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 김무현 박사 (해양토목공학)